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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작은 그늘 한점 없던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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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3-02 16: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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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59

기억하시겠죠. 아주 더웠던 날입니다. 우리는 작은 그늘 한점 없던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대뜸 흘리시는 눈물에 나는 손수건을 건넸고, 당신은 고맙다는 인사 대신 아무것도 없던 손수건 위로 꽃이 몇 송이나 생기게 했습니다.

난생처음 본 마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은 마을 너머도 가보지 못한 나였기에, 당신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모르는 것투성이였습니다.

궁금했습니다. 어째서 그곳에서 울고 계셨는지, 어쩌다 마술을 배우셨는지, 유난히 짙은 머리카락에서는 어떤 향이 나는지.

자꾸만 보채는 나를 풀 향이 베여있는 무릎에 뉘이시고, 당신 태어난 바다 너머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잠시나마 너른 날개 가진 새가 된 양 자유롭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계절도 몇 번이나 지나가고, 나에게도 결국 당신의 어떤 것도 궁금해하지 않을 때가 찾아왔습니다.

한 번도 바다에 가본 적 없는 내가 파도 부서지는 소리를 지겨워했다는 말입니다.

당신도 이런 마음 눈치챘는지 끝끝내 알려주시지 않던 마술을 알려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꽃들은 소매 아래 숨어 시시하게 피어있었고, 왜인지 다음날 나는 처음으로 당신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다시 계신 곳 찾았지만, 그곳에는 내 손수건뿐이었습니다.

그 뒤로 몇년이나 흘렀을까요.

지금 나는 당신을 찾아 마을로부터 꽤 먼 곳까지 왔고, 얼마 전에는 처음 바다를 만났습니다.

파도 소리는 당신이 말해준 것과는 달리 아주 연약하고, 슬프더군요.

돌아보니 나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마저 다시 지겨워질 때쯤엔 바다를 건너 계신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그럼 나는 그곳에서 며칠이고 쉬지 않고 눈물 흘리며 길을 걷고 있겠습니다.

나를 만나거든 부디 가엾게 여기고 손수건을 건네주세요.

시든 꽃이나마 당신께 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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