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겠죠. 아주 더웠던 날입니다. 우리는 작은 그늘 한점 없던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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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흘리시는 눈물에 나는 손수건을 건넸고, 당신은 고맙다는 인사 대신 아무것도 없던 손수건 위로 꽃이 몇 송이나 생기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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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본 마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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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 너머도 가보지 못한 나였기에, 당신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모르는 것투성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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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습니다. 어째서 그곳에서 울고 계셨는지, 어쩌다 마술을 배우셨는지, 유난히 짙은 머리카락에서는 어떤 향이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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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보채는 나를 풀 향이 베여있는 무릎에 뉘이시고, 당신 태어난 바다 너머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잠시나마 너른 날개 가진 새가 된 양 자유롭고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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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의 계절도 몇 번이나 지나가고, 나에게도 결국 당신의 어떤 것도 궁금해하지 않을 때가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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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바다에 가본 적 없는 내가 파도 부서지는 소리를 지겨워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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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이런 마음 눈치챘는지 끝끝내 알려주시지 않던 마술을 알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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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꽃들은 소매 아래 숨어 시시하게 피어있었고, 왜인지 다음날 나는 처음으로 당신을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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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다시 계신 곳 찾았지만, 그곳에는 내 손수건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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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몇년이나 흘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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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당신을 찾아 마을로부터 꽤 먼 곳까지 왔고, 얼마 전에는 처음 바다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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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는 당신이 말해준 것과는 달리 아주 연약하고, 슬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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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나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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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마저 다시 지겨워질 때쯤엔 바다를 건너 계신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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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그곳에서 며칠이고 쉬지 않고 눈물 흘리며 길을 걷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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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거든 부디 가엾게 여기고 손수건을 건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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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이나마 당신께 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