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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은 재가 아니라, 퍼지는 향을.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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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6-29 14: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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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04

언제나 달리는 택시에 앉아있는 것 같습니다. 미터기의 숫자는 초단위로 바뀌고 말은 쉴 새 없이 달립니다. 잠에 들기 전엔 반드시 요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을 감아도 택시에서 내리질 못하니까요. 그렇게 하루 종일 빚쟁이가 된 것 같은 불쾌함에 시달리는 겁니다. 그래요. 참 이상한 일이죠. 시간을 귀하게 여길수록 오히려 삶은 점점 빛을 잃는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나의 하루는 오직 해야 할 것들과 그것들을 최단시간으로 잇고 있는 길로만 이루어져 있더랍니다. 시간은 금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이 내 앞에 있다면 사과라도 받고 싶습니다. 시간은 시간일 뿐입니다. 물론 압니다. 해야 할 것이 점점 많아지는데, 하루의 길이는 눈치도 없이 늘어나질 않으니까요.

그래, 나에게 삶은 불붙은 성냥 같았습니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쓸모없는 검은 재라도 남기며 사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보통 생일에 켜보는 성냥은 초에 불을 다 붙이기도 전에 금세 타버리고.. 겨우 불 붙여놓은 초들도 기도가 채 끝나기 전에 모두 녹아버리지 않습니까. 밝고 기쁜 것들은 항상 아쉽게 끝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과 이렇게 행복해질수록 타오르던 삶이 훅 하고 꺼져 버릴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그 뒤로 남긴 것이 고작 흩날리는 재와 흉하게 떨어진 촛농뿐일까 두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삐도 살아왔습니다.

당신마저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삶을 태워 무언가 남기는 것에 집착하다 보면 우리는 언젠간 헤어지고 말 겁니다. 고백하건대 나는 생김새만큼이나 마음도 복잡하게 생겨먹었습니다. 종종 여름 소나기처럼 기쁜 날 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 당신은 나를 달래느라 적어도 한 시간은 지불해야 할 테죠. 당신이 정말 좋아서 두려웠다 하면 좀처럼 이해를 하지 못할 테고, 결국 당신은 허투루 시간을 썼다고 느낄 겁니다. 나는 이런 바보 같은 이별은 싫습니다. 그런데 어제 당신은 나한테서 날 닮은 향이 난다며 웃었습니다. 아, 당신만 옆에 있다면 내 삶은 성냥이 아니라 향초가 되는군요. 지난 밤 시를 썼습니다. 곁에 떠나는 이가 있다면, 부디 남은 재에 눈여기지 말고 퍼지는 향을 맡아달라는 내용입니다. 허락한다면 당신 이름으로 세상에 내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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