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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상에 걸린 사람들은 괜찮다고만.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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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6-29 14: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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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81

사랑한다는 편지에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하면 그날은 반드시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 눈에 파묻힐 때마다 나이를 몇 살씩이나 먹은 겁니다. 어떤 겨울엔 두 번이나 폭설이 내렸으니 나는 지금 몇 살인가요. 사랑에 서투른 까닭에 일찍 어른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자란 어설픈 어른들은 자꾸만 괜찮다고 말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눈을 맞으며 이곳저곳 동상에 걸린 게 분명합니다. 아파도 아픈 줄 모르고.. 빙판길에 넘어져도 부주의한 자신을 탓합니다. 한마디 불평이라도 하면 봄이 자신을 비켜갈까 두려워합니다.

변명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께 매번 괜찮다 한 것은 단지 내가 겁이 많기 때문입니다. 겁이 아주 많으면, 아주 없는 척을 잘하게 됩니다. 하지만 잘 몰랐습니다. 왜 당신이 그렇게 화가 났는지. 괜찮다는 말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말입니다.

내가 괜찮다 말할 때면 우리 사이가 더 멀어지는 것 같다고 하셨죠. 미안합니다. 한번 괜찮다 말해버리면 그날은 당신 어깨에 기댈 수 없다는걸 몰랐습니다.

나는 사랑에 어설픈 게 아니라 어리석었습니다. 자물쇠를 단단히 걸어둔 채 당신을 몇 번이나 초대한 겁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문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서는 당신 뒷모습을 보며 속상해하던 나는 얼마나 우스운가요.

괜찮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초대하고 싶습니다. 당신께 서랍 속에 숨겨둔 못난 마음 들킨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안 괜찮은 날일수록 더 보고싶었으니까요.

아무래도, 기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기대할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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