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많은 빛이 보여요. 많은 사람이 보여요.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라고 말하면 나는 이상한 사람인가요. 우리는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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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하나를 두고 빼곡하게도 모여있네요. 자세히 보니 잠든 당신 깨울까 조심히 걷는 사람들. 숨죽인 채 사는 사람들. 부딪히지 않도록 몸을 웅크리는 사람들. 사랑스러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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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길을 걷는 당신이 무슨 노래를 듣는지 알고 싶어요. 마주 보면 침묵하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목소리는 누구를 위해 그렇게 아껴두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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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다보면 서서히 울고 말겠지만, 이곳을 사랑할 수밖에요. 당신이 있는 곳. 외로움이 많은 나는 어떻게 해서든 여기에 있고 싶어요. 멀어지고 싶지 않은데 쉽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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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다 보면 비록 말은 섞지 못해도 우리 서로 한번은 마주치겠죠. 서로 눈 한번 마주치지 않아도 같은 숨을 쉬겠죠.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조금 무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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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면 당신이 휙 돌아설까요. 아니 분명 안녕, 해주겠죠. 그런데 눈은 웃지를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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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요, 점점 작은 방으로 이사를 가요. 그럼 조금 더 오래 여기 남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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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얇아진 벽. 어쩌면 당신과 더 가까워진 거예요. 더 작아진 방. 더 조심히 걸어요. 더 숨죽이고... 더 힘껏 몸을 웅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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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미움을 살까요. 보고싶어요. 그러니 벽 가까이 붙어 잠들게요. 작은 침대가 내겐 너무 넓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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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밝게 타오르는 성화도 사람이 이어야 불이 꺼지지 않는데 나는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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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