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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같이 살래요.
작성자 postershop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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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2-06-29 14: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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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515

어느새 밖은 장마이고, 덥고 습하다는 말들이 탄식처럼 들려오지만 여전히 건조한 날들 한가운데 서 계시다고요. 목이 아주 마르다고요.

그런 전화를 받으니 한참이나 아무 말 못 하고 서성였습니다. 날 보면 웃기만 해- 그래 밝은 사람은 당신이다. 뙤약볕 아래에서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슬픈 말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렴 세차게 비가 와도 당신만큼은 피해 가는 모양입니다. 너무 밝아서 닿기도 전에 바짝 말라버리는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어릴 적 입은 우비를 한 번도 벗은 적이 없는 게 아닐까요.

나는 밝아서 사랑받는다는 게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압니다. 슬픔에 젖은 사람들이 당신 곁에 모여 눈물을 말리고 연신 고맙다고- 고맙다고 하고는 모두 떠나갔겠죠. 생각해 보세요. 장작불 주위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중 누구도 그 불을 껴안아 주지 않고, 불이 꺼지면 떠나갈 생각만 합니다.

당신은 가지 마세요- 하며 얼마나 더 밝게 타오르려 했나요. 당신에게도 한 사람 몫의 슬픔이 필요하다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나요. 그들은 아마 당신이 울어도 기뻐서 우는 줄 알았을 겁니다. 아, 내가 보기엔 슬픔마저 훔쳐가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우리 같이 살래요.

밝은 곳에서 만나 밝은 모습만 보여주다 보면 우린 더 건조한 사이가 될 테니, 이제 우리 같이 살아요. 돌아서 우는 모습을 숨길 수 없도록 작은 집이면 더 좋겠어요. 나에게 쏟아지는 비가 당신에게도 닿을 수 있도록 아주 작은 집으로.

처음 맞아보는 작은 슬픔이 꽤 따갑고 어색할 테지만 도망치지 않도록 손 꼭 잡고 있을게요. 타버린 검은 재마저 다 쓸려가고- 마른땅이 젖으면 당신도 몰랐던 꽃이 필 거예요.

해와 비가 틔워낸 꽃의 이름은 사랑. 그래 사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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