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여름입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당장에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싶어지는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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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음식이 다 나올 때 까지도 물이 나오질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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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저는 조심히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냉장고에서 물병을 슬그머니 가져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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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엉거주춤한 모습이 발각? 이라도 되는 때엔 일하시는분의 따듯한 꾸중을 듣기도 합니다. 말을 하지 왜 그랬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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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요구하는 게 저는 왜 그리도 익숙지가 않은지 모릅니다. 그게 단지 물 한잔이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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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적부터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서로 나누며 잘 배워왔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교육이었고, 이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당당히 요구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분명 아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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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우리는 요구라는 행위 자체를 부끄럽게 여깁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혹은 정당한 자신의 이득을 대변할 때 더욱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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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는 일이 소중한 만큼 그 대가를 정당히 받는 것에 움츠러들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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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되돌아올 사랑을 요구하는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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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요구라는 단어가 더는 부탁이나, 구걸 따위와 혼용되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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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는 기쁨만큼 받는 기쁨에도 익숙해져야 할 때입니다.